오월의 노래, 모란이 피기까지는
어느덧 오월도 하순이 되었습니다. 흔히 오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부르지만 그건 우리 고국이 속한 북반구에서의 이야기이고 이곳 남반구의 섬나라 뉴질랜드의 오월은 가을이 깊어 가는 달입니다. 바람이 불고 낙엽이 떨어지는 창밖 풍경을 보며 가을을 느껴야 하건만 마음은 오히려 푸르른 신록과 더불어 온갖 꽃들이 피기 시작하는 그 옛날 우리 고국의 오월을 향해 달려가곤 합니다. 고국을 떠나와 산지가 이십여 년이 지나도 옛 시절을 잊지 못하는 향수(鄕愁)는 더욱 깊어만 가는 것이 고향을 떠나 사는 사람들의 가슴 깊은 속앓이가 아닌가 합니다.
오월이 되면 추억의 뒤안길에서 아지랑이처럼 나타나 입가에 떠오르는 시(詩)가 한 편 있습니다. 김영랑 시인의 ‘모란이 피기까지’라는 시입니다. 오월을 사랑하기에 그 화려하고 찬란한 계절을 노래하기 위하여 많은 시인이 다투어 오월을 노래하는 시를 지었지만 제 생각엔 우리나라 시인 중 영랑(永郞)만큼 오월을 잘 노래한 시인도 없을 것 같습니다. 그가 지은 시, ‘오월 아침’, ‘오월(五月)’, ‘모란이 피기까지’는 모두 오월을 노래하는 절창(絶唱)입니다
까마득한 옛이야기지만 중학교 1학년 때 웅변대회에 나갔다가 상을 받았습니다. 그때 받은 상품이 영랑 시집(永郞 詩集)이었습니다. 영랑이 누구인지 시(詩)가 무엇인지도 전혀 모르던 까까머리 중학생이었지만 상품으로 받은 그 시집이 자랑스러워 몇 번이고 읽다 보니 어느덧 시가 아름답다고 느꼈고 그중에서도 제일 마음에 와닿았던 시가 ‘모란이 피기까지는’이었습니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5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모란은 화려하기 그지없지만 그 피어있는 시간이 너무 짧아 아쉬운 꽃입니다. 어쩌면 우리의 인생을 닮은 꽃이라 영랑(永郞)도 그 모란을 보고 그렇게 울었나 봅니다. 이 아름다운 시에 곡을 붙여 노래 부른 사람이 가수 안치환입니다. 유튜브에서 쉽게 찾아 감상할 수 있기에 이번 오월엔 여러분과 같이 감상하면 좋을 것 같아 소개합니다.

https://youtu.be/qVJbCAMV2U0 모란이 피기까지는 안치환 노래
이 아름다운 시와 노래를 감상하시며 이제 막바지에 접어든 코로나 사태를 이겨내시고 영랑(永郞) 의 바람처럼 ‘찬란한 슬픔의 봄’을 기다려 맞으시기 바랍니다.
2020. 5월에 석운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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