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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Titan)’이라는 이름의 말러의 교향곡 1번

말러의 교향곡, ‘낭만주의 교향곡의 종착지’ 작년 부활절 때 말러의 교향곡 2번 ‘부활’을 들었습니다. 그때 설명해 드렸듯이 말러(Gustav Mahler 1860-1911)는 오스트리아의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빈에서 활동하며 모두 10개의 교향곡(대지의 노래 포함)을 작곡한 한 그는 후기 낭만주의 시대의 대표적 교향곡 작곡가입니다. 다른 어떤 음악보다도 교향곡 작곡에 전념했던 말러는 교향곡을 작곡할 때마다 하나의 세계를 창조한다는 마음 자세로 임했다고 합니다. 20대 중반에 첫 교향곡을 작곡하기 시작하여 51살의 나이로 죽을 때까지 그가 작곡한 교향곡들을 가리켜 많은 사람이 '낭만주의 교향곡의 종착지'라고도 부릅니다. 베토벤 이후 순수음악을 지향했던 교향곡과 표제적인 성향의 교향곡이 표류하다가..

나이 들어가는 아름다움

나이 들어가는 아름다움 얼마 전부터 거실에서 듣고 있던 턴테이블에서 나오는 음악 소리가 좀 이상했다. LP판에 먼지가 껴서 그런가 하고 판을 깨끗이 닦아 올려놓아도 여전히 소리가 맑지 않았다. ‘왜 그럴까,’하고 시험 삼아 이 판 저 판을 바꾸어 올려놓고 들어보다 드디어 카트리지(전축 바늘)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늘 끝이 닳아서 뭉툭해져 판의 소리골을 제대로 읽지 못할뿐더러 때로는 안으로 미끄러져 내리기도 했던 것이었다. 그럴 만도 했다. 거실에서는 주로 FM을 듣거나 아니면 편한 대로 CD를 들었기에 턴테이블의 카트리지에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이다. ‘미안하구나, 너를 써먹기만 했지 너도 나이가 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측은한 마음으로 카트리지를 매만졌다. 오르토폰(..

글모음 2021.12.30

레드 크리스마스(Red Christmas)

레드 크리스마스(Red Christmas)! 이번 주 들어 부쩍 비 오는 날이 많았다. 며칠째 계속 비 내리고 바람 부는 날이 계속되더니 어제 저녁엔 빗방울이 점점 굵어지며 바람의 속도도 더욱 빨라져 사뭇 불안한 느낌마저 들었다. 라디오 뉴스에서 혹시 있을 정전 사태에 대비해 손전등을 가까이 놓아두라는 경고까지 듣자 더욱 불안했다. 그렇지 않아도 세계 곳곳에서 들려오는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 소식에 마음 한구석이 뒤숭숭한 요즈음에 드디어 이 평화로운 뉴질랜드에도 좋지 않은 변화가 다가온 것이 아닌가 하는 불길한 생각이 저녁 내내 머릿속을 오락가락했다. 밤이 깊어지며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점점 거세지고 그 빗방울을 몰고 오는 바람 소리는 더욱 점점 커져만 갔다. 빗소리와 바람 소리가 합해져 때로는 누군가..

글모음 2021.12.30

자전거야, 안녕!

자전거야, 안녕! “할아버지 똑바로 가세요!” 뒤에서 따라오던 손녀가 소리쳤다. “어, 할아버지 똑바로 가고 있는데,”하고 내가 답하자 “아녜요, 할아버지! 자꾸 왼쪽으로 쏠려요,”하고 손녀는 좀 더 다급하게 말했다. 몇 년 전 가을에 한국에 갔을 때 딸네 가족과 같이 캠핑을 간 적이 있다. 경기도 이천 근처 어딘가였는데 캠핑장에 도착하자 사위가 차에서 자전거 두 대를 내리며 내게 말했다. “제가 텐트를 칠 테니까 아버님은 지안이 데리고 자전거로 한 바퀴 도시고 오세요. 자전거 길이 잘 나 있으니까 좋으실 거에요.” 지안이는 10살 난 손녀 이름이었다. 사위의 말에 자전거를 살펴보니 하나는 어린이용으로 손녀 것이었고 하나는 어른용으로 사위 것이었다. “할아버지, 저랑 같이 가요. 저 자전거 잘 타요,”하..

글모음 2021.12.07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이 글은 제가 속한 ‘뉴질랜드 카우리 하이킹 클럽 월간 회보 10월 호’에 실린 글입니다) 지난 2017년은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50년 되는 해였습니다. 그리고 그 해 11월에 졸업 50주년 자축연이 있었습니다. 자축연에는 재미있는 순서가 많았지만 그 중에 압권은 네 명의 동창이 부인들과 함께 나와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노래한 순서였습니다. 노래가 끝나자 모두가 일어나 열렬히 박수를 치며 성원했지만 이는 결코 노래를 잘 불렀기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계속 이어지는 이들 네 명 동창의 변함없는 우정은 모든 동창들 사이에서 유명했습니다. 이들의 사이가 너무 좋았기에 부인들끼리도 친해져서 부인들 사이도 남자들 사이 못지않게 좋았습니다. 그랬기..

글모음 2021.10.29

어마어마한 벤치

“그 할머니 이사 가셨겠지요?” 어제 오후 모처럼 햇살이 포근하였다. 점심을 먹은 뒤 정원으로 나와 벤치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내가 문득 내게 물었다. 그렇게 묻는 아내의 표정에서 가을바람 같은 안타까움이 묻어 나왔다. 나는 아내가 말하는 그 할머니가 누군지 알았다. 그래서 “아, 그 할머니,”하고 맞받으며 잠시 뜸을 들였다. “글쎄, 그때 이사 준비를 하고 계셨으니 벌써 가셨겠지. 정이 많은 할머니시니 어디 가시든 잘 사실 거요,”라고 내가 답하자 아내도, “글쎄 그러셨으면 좋겠어요,”하면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내의 크고 맑은 눈 안으로 봄 하늘의 푸르름이 내려앉았다. ‘그 할머니’는 약 한 달 전에 우리에게 지금 앉아있는 벤치를 파신 분이다. 아내가 정원에 벤치가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글모음 2021.10.26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커피 배달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커피 배달부 지난 월요일 아침 식사를 막 마쳤을 때이다. 딩동 딩동 하고 초인종이 울렸다. 아내와 나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현관을 향해 얼굴을 돌리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델타 코로나 발발로 두 달 전에 이 도시에 록다운(lockdown)이 선포된 뒤로는 남의 집 방문이 금해졌기에 아무도 초인종을 누르는 사람이 없었다. 며칠 전에 규제가 조금 풀려 바깥에서는 두 가족이 마스크를 쓰고 만나는 것이 허용되었지만 아직도 집안으로는 들어올 수 없었다. ‘누굴까, 아이들이 장난으로 눌렀나?’하고 속으로 생각하며 나는 현관을 향했다. “Who is it(누구세요)?”라고 내가 현관문 앞에서 큰소리로 묻자 밖에서 인기척이 나며 “커피 배달 왔습니다,”하고 우리말로 답하는 낯..

글모음 2021.10.12

이 봄엔

이 봄엔 어느덧 구월이 가고 시월이 왔다. 남반구 이 작은 나라의 시월은 봄이어야 했다. 그러나 봄은 보이지 않고 잔인한 시간이 흘러가는 것만 보인다. 코로나는 여전히 세상 모든 곳에서 꿈틀거리고 여기 뉴질랜드도 예외는 아니기에 록다운(lockdown) 아래서 지낼 수밖에 없는 하루하루가 너무 답답하기만 하다. 살다 보니 어느 사이 고희(古稀)를 훌쩍 넘겼고 해마다 봄을 맞았지만 올봄처럼 봄답지 않은 봄은 없었다. 기후 변화의 영향인지 아니면 봄마저 변이 코로나에 감염되었는지 날은 춥고 하루 건너 비가 쏟아졌고 바람은 미친 듯이 사방에서 불어왔다. 그러다 보니 올해 봄에는 내가 봄을 타게 되었나 보다. 봄을 탄다는 말이 사춘기 소녀나 혼자 사는 여인들에게나 해당하는 말이라 생각했는데 올봄엔 영락없이 내가..

글모음 2021.10.01

사봉과 율림, 아름다운 부부

사봉과 율림, 아름다운 부부 지난 6월 마지막 날을 하루 앞두고 사봉(思峰)이 세상을 떠났다. 믿고 싶지 않지만 사실이었다. 사봉은 동생의 남편인 내 매제(妹弟)의 호(號)이다. 동생이 나보다 두 살 아래이고 사봉은 동생과 동갑이니 이제 겨우 고희를 넘긴 나이였다. 나이가 들면서 죽음은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니었지만 이번 사봉의 죽음은 너무도 타격이 컸다. 사봉과 동생은 대학 동창이었다. 같은 과 같은 학년이었다. 나랑은 과(科)는 달랐지만 같은 대학교를 다녔으니 사봉은 내 대학 후배이기도 했다. 참 오래 전 일이지만 아직도 사봉을 처음 만났던 날이 기억에 남아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여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던 동생이 어느 날 부모님께 사귀고 있는 남자가 인사를 드리러 오고 싶다는 말씀을 드렸다. 동생의 ..

글모음 2021.09.21

제314회 화요음악회도 잘 열렸습니다

겨울 날씨가 무척 춥습니다. 어젯밤엔 바람까지 많이 불어 오클랜드 곳곳에도 피해가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세계적인 이상 기후가 혹시 이곳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됩니다. 아무쪼록 지금이라도 모든 나라가 힘을 합쳐 우리의 자연과 생태를 보호해 우리 후손에게 잘 살 수 있는 지구를 남겨주어야겠습니다. 오늘은 8월의 첫 화요일이기에 낮 3시에 화요음악회를 열었습니다. 매월 첫 화요일에는 밤시간이 여의치 않으신 분들을 위해 낮에 열기로 약속을 했기 때문입니다. 날씨 때문인지 생각보다 적은 인원이 모였지만 적으면 적은 대로 오신 분들끼리 이야기도 나누고 음악도 감상했습니다. 다음은 오늘 진행된 내역입니다.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 1번 리스트는 두 곡의 피아노 협주곡을 작곡했습니다. 지난 주에 2번을 ..

화요음악회 2021.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