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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후기: 백일간의 외출, 그리고 첫 산행

석운 2017. 9. 6. 20:29

지난 4월20일에 오클을 떠났다가 7월31일에 다시 오클로 돌아왔습니다. 떠날 때도 돌아올 때도 우리부부를 공항까지 데려다 주시고 또 맞아 주신 올레님의 따뜻한 마음씨에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립니다.

백일 혹은 석달 열흘의 외출은 결코 짧은 기간은 아니었지만 다시 맞아주는 오클의 다정한 품새는 지나간 20년의 이곳에서의 삶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확인 시켜주는 편안함이었습니다. 언제 떠나도 다시 돌아올 집이 있고 반가이 맞아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여행의 즐거움은 한결 더 커집니다.

 

긴 여행에서 돌아와 불과 하루 쉬고 산행에 나선다는 것이 어쩌면 무리일 수도 있겠지만 오쿠라 코스는 그리 어렵지도 않고 또 하루라도 빨리 산우들을 보고 싶어 토요일 아침 소운과 더불어 집을 나섰습니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 제일 늦게 도착하는 우리 부부를 위해 오히려 주차 공간까지 확보해 놓고 기다려 주신 산우들의 밝은 얼굴을 마주하며 환영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손을 흔들어 답하며 역시 오기를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반갑게 맞아 주신 여러분 모두에게 다시 감사를 드립니다.

 

강산님의 인솔 하에 27명의 작지 않은 인원들이 삼삼오오 떼를 지어 이야기 꽃을 피우며 웃음 보따리를 터뜨리며 걷다보니 오늘의 목적지인 바닷가 오두막에 너무도 쉽게 그리고 빨리 도착했습니다. 둥그렇게 둘러앉아 준비해온 음식을 주거니 받거니 서로 나누며 풍성한 점심을 즐겼습니다. 아마도 이러한 식사 풍습은 우리 민족 특유의 아름다운 문화일 것입니다.

 

점심 식사 후에 몇몇 분들은 좀더 멀리까지 걷고 오겠다고 떠나고 몇몇 분들은 그 자리에 앉아서 덕담들을 나누고 또 몇몇 아낙들은 나물을 캐기 위해 오두막 주변으로 나섰습니다. 언제나 넉넉한 자유로움을 구가하시는 강산님이 오늘의 리이더기에 모두가 편안한 마음으로 이날의 산행을 즐기고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문득 무슨 소리가 바다 쪽에서 나는 것 같아 고개를 들어보니 오쿠라의 해변과 바다와 그 위에 떠있는 구름이 함께 어우러져 나를 부르는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무심코 일어나 어슬렁 어슬렁 갯벌을 지나 바다를 향해 걷다 다시 돌아서 찰랑거리는 물결을 따라 모래톱을 걷다 여기가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구나 혼자 감탄하며 나름대로 몸과 마음을 살랑거리며 불어오는 바람에 맡길 수가 있었습니다.

 

마침 주머니에 스마트 폰을 가져왔기에 눈에 부딪쳐 오는대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잘 찍을 줄 모르는 사진이지만 그런대로 산우 여러분들과 같이 즐기고 싶어서 여기 올려봅니다.

 

 

 

바다는 마음새 넉넉한

거대한 암컷

조용히 누워

때를 기다리는데

공연히 마음 바쁜

구름들이

빈 하늘에서

술래잡기를 하고 있다

 

 

 

 

 

 

 

 

 

 





나무들은 참 으젓하다

언제 어디에 서 있어도

모두 참 잘 생겼다

땅으로 뿌리를 내린 것은

보다 꼿꼿이

하늘을 향하기 위함이다

바닷가에 있어도

바다를 탐하지 않고

하늘을 향한 간절함은

그 날렵한 몸매에 나타나 있다

 

 

 

 

 

 

 

 

날개가 있어도

때로 비상을 멈춤은

새들도 꿈을 꾸기때문이다

사람은 자면서 꿈을 꾸지만

새들은 물에 내려 앉아 꿈을 꾼다

물에 비친 제 모습을 보며

물에 비친 하늘을 보며

다음 번의 더 큰 비상을 꿈꾼다

 

 

 

 

 

때로는 얕게 흐르는 물이

더욱 나를 감동시킨다

투명한 흐름일수록 더욱 그렇다

조용히 가슴을 열어

맑은 마음 속을 보여주며

거기 비추인

하늘 속까지 보여준다

 

 

 

 

 

 

 

 

 

물길의 흐름을 따라 눈길을 돌린다

얕던 깊던

느리건 빠르건

맑건 흐리건

결국은 바다로 간다

갯벌에 난 물길 하나 보며

다시 우리의 삶을 돌아본다

 

 

 

 

 

 

 

 

나물을 캐고 다듬는

우리 여인네들의

모습은 너무도

사랑스럽다

그녀들의 핏줄 속엔

외할머니의 사랑이 흐른다

살고 있는 나라가 달라져도

태고적 그 사랑은 변치 않는다

 

 

 

 

 

 

억새풀은 순종의 자세이다

바람이 불어도 두렵지 않은 것은 순종을 몸으로 익혔기 때문이다

억새풀을 보면서 지난 달 제주도에 갔다 들렸던 사진작가 김영갑의 두모악 갤러리가 생각났다

제주 중산간의 용눈이 오름을 그리도 사랑했던 단명의 작가 김영갑

끝내 루게릭 병으로 쓰러진 그의 가냘픈 모습이

오늘 바람에 몸을 누이는 오쿠라의 억새풀 속에서 흔들거린다

 

 

 

 

 





















해가 구름을 벗자

갯벌이 찬란한 바닥을 드러냈다

물과 모래와 햇살이

만들어낸 갯벌 바닥을 보며

문득

몇년 전

앨리스 스프링스에서 보았던

호주의 원주민 애보리진들의

그림들이 떠올랐다

고통의 절규가 그림으로 표출된

그들 가슴 속에 이런

질곡과 주름들이 있지 않을까?

 

 

 

 

 

 

 

 

 

 

이제는 돌아가는 때입니다

올 때는 언덕을 넘고

내리막 길을 치달으며 왔었지만

갈 때는 구릉을 돌아

해변길로 걸어갑니다

돌아가는 뒷모습은

항시 아쉽습니다

올 때는 팽팽했던 배낭이

이제는 비었기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그렇지만

또 다음 번 만남을 기약하기에

아쉬움은 곧 기대로

바뀔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그 동안 쉬었던 화요음악회는 다음 화요일(8월12일)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2014.8.5  석운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