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엔 달이 밝았다
잠을 이루지 못하고 방안을 서성이는 창 밖으로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그림자가 대낮같이 선명했다. 마치 밖으로 나오라고 손짓하는 것 같아 끌리듯 문을 열고 마당에 나가 하늘을 우러렀다.
보름달이었다. 그랬군, 그래서 창 밖이 그리도 밝았군. 마치 잠을 이루지 못한 것이 보름달 탓인 양 혼자 중얼거리며 계속 하늘을 응시했다. 바람이 제법 불고 있었고 높은 하늘에선 바람결이 더 센 듯 구름의 움직임이 빨랐다. 바람 부는 날 공중을 흩날리듯 날아다니는 작은 새들같이 작은 구름들이 달을 중심으로 흩날리고 있었다. 얼굴을 스쳐가는 새털같이 작은 구름들을 너그럽게 방관하며 크고 둥근 보름달은 깊은 밤 하늘 한가운데 미동도 않고 떠있었다.
그 때 나는 보았다. 하늘 저쪽 끝에서 태산만큼 커다란 구름이 고개를 들고 일어나는 것을. 그리고 나는 들었다. 그 구름 뒤편으로 모여드는 바람들이 내는 거센 소리들을. 구름이 멀리서부터 달 쪽으로 날아오기 시작했다. 바람이 합세한 구름의 색깔은 점점 더 진해져서 달과의 거리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엔 하늘을 온통 뒤덮을 듯한 먹장 구름이었다.
그 먹장구름이 달을 덮치는 순간에도 보름달은 그 태연자약한 자세를 버리지 않았다. 오히려 덮쳐오는 구름을 환영하는 듯 얼굴 빛 하나 변하지 않고 구름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 순간 나는 달을 덮치는 구름이 한 마리의 커다란 새로 느껴졌다. 먹이를 삼키듯 그 큰 새는 삽시간에 보름달을 삼켰고 하늘도 내가 서있던 마당도 깜깜해졌다. 달이 사라진 보름날의 하늘을 더 바라볼 수 없어서 나는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생각나는 대로 글을 써보았다.
독백, 바람 부는 밤 달과 구름을 바라보다가
참새들과 지지배배 해 보았자
기껏 제비 아닌가?
차라리 독수리의 먹이가 되겠다
숨 붙어있는 한 독수리의 속을 살피다가
숨 끊어지면 독수리의 일부가 되겠지
2015.3.6 석운 김동찬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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