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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갱이 없는 타히티

석운 2017. 9. 7. 10:53

오클랜드에서 5시간 반 비행기를 타고 타히티에 왔습니다. 시간이 오클랜드보다 무려 23시간 늦는 곳. 오히려 하루가 늦고 한 시간이 빠르다고 생각하는 편이 한결 쉽습니다. 아빠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타히티 여행을 마련한 딸은 '22일 아빠 생일을 이틀간 축하할 수 있는 곳이 여기 타히티'라고 어리광을 부립니다. 타히티 21일이 오클랜드 22일이니 아빠 생일, 그리고 다시 타히티 22일은 로칼 타임으로 아빠 생일, 와 아빠 신난다! 그래 우리 모두는 이곳에서 이틀간 생일을 축하하기로 했습니다.

당사자인 저야 반대할 아무런 이유도 없고. 여하튼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의 하나인 타히티 그리고 그 타히티에서도 제일 아름딥다는 인터컨티넨탈 리조트에서 재미있는 생일 축하가 이틀동안 벌어지고 있습니다. 사진은 리조트 숙소에서 내려다본 정경입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고갱박물관을 가려고 호텔 콘시어지에 가서 문의했더니 뜻밖에도 고갱박물관이 리노베이션을 위해 문을 닫은지 오래인데 아직도 문을 안 열었다는 슬픈 소식이었습니다. 우린 모두 낙망했습니다. 타히티에 온 제일 큰 이유가 고갱을 만나려고 온 것인데 그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인 박물관이 문을 닫은 채 언제 열릴 지도 모른다는 이들의 문화적 무관심애 그만 타히티의 모든 것들이 심드렁해져 버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히티로 들어오는 관광객들은 늘어나기만하니 이들이 고갱박물관에는 더 이상 산경을 안 쏟나 봅니다.

고갱울 만날 수 없다는 실망스런 맘에 오늘은 그만 객실에 멍하니 앉아 책이나 뒤적이고 가끔씩 바다나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타히티

고갱을 만나러 온 타히티에
고갱은 없었다

고갱이 그렇게도 즐겨 그렸던
타히티 여인들의 빛나던 가슴도 없었다

한때 고갱이 사랑했던 여인들
이제는 그림에서 나와
바다에 뛰어들고
문명의 가리개 같은 두 개의 동그라미로
빛나던 가슴을 가렸다

고갱을 만나러 온 타히티
고갱도 고갱의 여인도 간 데 없고
그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바다만 진종일 내 앞에 누워있다

2015.2.22 타히티에서 석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