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차는 떠난 지 오래되고 나른한 한낮 더위 속에 덩그러니 남아있는 두 갈래 길 철로야 말이 없는 철로야 너를 따라 가다 보면 언젠가 굽이길이 나오고 그 모퉁이를 돌아나가면 기다리던 사람을 만날 수 있겠니? 철로는 여전히 말이 없고 나른하게 낮이 기울면 저녁 그림자만 길게 다가온다
저들은 누구일까 뒷모습만 보이며 철로 위를 걷고 있는 저들은? 앞모습이 당당한 사람들 틈에서는 삶의 피로가 쉽게 쌓인다. 그러다가 때때로 뒷모습이 비어있는 사람들을 만나면 눈물이 나올 만큼 반갑다 그리고 같이 걷고 싶다 오늘 이 봄날 버려진 철로를 따라 걷고 있는 사람들의 뒷모습이 유독 다정하게 느껴진다
끝없이 펼쳐진 두 개의 평행선 어디에서 만날까? 그래도 너희들은 좋겠다 언젠가는 만날 희망을 품고 달려가고 있으니 철로야 철로야 앞을 보고 달리다가 그리고 또 달리다가 때로는 아래를 쳐다보렴 그리고 귀 기울여 보렴 온몸으로 너희들을 받치고 있는 받침목들이 혹시 너희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
'글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잠꼬대와 참말 (0) | 2016.01.17 |
|---|---|
| 바다, 책과 요정 (0) | 2015.12.28 |
| 봄의 한구석에서, 젊은 날의 파편 (0) | 2015.11.27 |
| 일본 풍경 하나, 우메다 공중정원에서 (0) | 2015.11.16 |
| 마흔 살이 넘은 보통의 사내에겐 (0) | 2014.1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