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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풍경 하나, 우메다 공중정원에서

석운 2015. 11. 16. 11:16

 

일본에 다녀왔습니다. 오사카의 밤 풍경입니다.

오사카의 명물 중 하나인 우메다 공중정원에서 내려다 본 모습입니다. 아름답고 화려하지만  특이한 것은 십자가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밤 하늘에서 내려다 보면 거의 한집 건너 붉은 십자가가 반짝거리는 한국의 도시 풍경과는 너무도 대조적입니다. 그리고 문득 가슴 속을 헤집고 떠오르는 서늘한 생각이 있었습니다.

 

십 년이 넘어서 오랜만에 찾은 일본이었습니다. 지진에 핵 오염에 독도분쟁에 위안부 문제에 말도 많은 일본이었지만 막상 일본에서 내가 만난 것은 겸손하고 친절하고 정직한 일본인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세계에서 일본을 우습게 보는 유일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라고 합니다. 나도 그 대한민국의 한 사람이기에 일본에 대한 선입견이 없지 않은 사람이지만 길에서 식당에서 상점에서 공원에서 며칠간 일본인들을 만난 뒤 나는 그만 숙연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나는 그들의 깊은 속까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는 말이 어느 정도까지 사실일진대 남을 대할 때 몸에 밴 그들의 겸손하고 친절하고 정직한 태도가 어느덧 그들의 마음속까지 스며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메다 공중정원에서 십자가가 없는 오사카의 밤 풍경을 바라보면서 나는 십자가로 뒤덮인 내 조국 한국을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많은 십자가가 있으면서 그렇게 많은 교회가 있으면서 그렇게 많은 기독교인들이 있으면서 왜 한국의 도덕심과 인성은 그렇게도 아래로 곤두박질치기만 할까? 교회의 뾰족탑과 십자가가 높아질수록 아파트의 층수가 높아질수록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간의 불화는 더욱 높아만 가고 사상의 좌우, 연령의 노소, 소유의 빈부 간의 갈등은 깊어만 갑니다.

 

누구를 위한 십자가입니까? 누구를 위한 세계최대의 대형교회들이 건물만 으리으리하게 그 옛날 바벨탑처럼 하늘을 찌를 듯 올라가고 있습니까? 이제 우리 모두 십자가 많은 것을 자랑하기보다는 그 십자가의 참뜻을 제대로 배우고 행해야 십자가 없이도 어느 면으로는 우리보다 많이 앞서 가고 있는 일본인들에게 다시 수치를 당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밤공기가 싸늘하게 내려앉고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상념에 젖다가 밤이 늦는 것도 모르다가 정신을 차리고 다시 한번 십자가 없는 오사카의 밤 풍경을 눈에 담으며 아내의 손을 잡고 우메다 공중정원을 내려왔습니다.


2015.11.16 석운 김동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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