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오늘 저녁엔 예고해드린대로 프랑스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을 보겠습니다. 2주일 전 졸탄 코다이의 '무반주 첼로 소나타'를 들을 때 그 곡이 이 영화의 배경음악으로 나왔다고 알려드렸습니다. 코다이의 음악을 생각하시며 영화를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퐁네프의 연인들 (Les Amants Du Pont-Neuf)
(감독) 레오스 카락스 (주연) 줄리엣 비노쉬, 드니 라방
퐁네프(Pont-Neuf )는 새로운 다리라는 뜻이지만 사실은 파리 센느강의 아홉 번째 다리입니다.
-이 다리가 너무 오래 돼서 파리 시당국에서 보수를 하려고 2년동안 폐쇄를 합니다. 그 폐쇄된 다리 위에서 만난 노숙자 남자와 화가인 여자가 만나 사랑을 그린 영화입니다. 다음 내용을 참고하시고 영화를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퐁네프의 연인들>은 시력을 잃고 거리를 방황하며 그림을 그리는 여자 ‘미셸’과 폐쇄된 퐁네프 위에서 처음 만난 그녀가 삶의 전부인 남자 ‘알렉스’의 열정적이고 치열한 사랑을 담아낸 작품으로 전세계 젊은이들에게 파리에 대한 로망을 심어주었다. 또한 영화의 주 무대인 ‘퐁네프’를 세계 연인들의 다리로 재탄생 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 속 ‘퐁네프’는 진짜 ‘퐁네프’가 아닌 세트이다. 레오스 카락스 감독과 제작진은 실제 퐁네프에서 촬영하기를 원했지만 당국에서는 행정적, 정치적 이유로 촬영을 허가해주지 않다가 겨우 3주 간의 촬영 허가를 내주었다. 그 기간에 촬영을 끝내는 것은 불가능했기에 제작진은 몽펠리에 근처에 약 30여 만평 규모의 ‘퐁네프’를 재현, 길이 100미터 폭 15미터의 세트를 만들어냈다. 약 250억원의 제작비로 완성된 <퐁네프의 연인들>은 총 5년이라는 제작 기간 동안 제작자 3명을 파산시킨 것으로도 유명하지만, 영화를 완성시키기 위한 모든 이들의 노력과 집념은 영화 사상 최고의 러브스토리를 탄생시켰다.
이 영화에 나오는 가장 멋진 장면은 프랑스혁명 200주년 기념 불꽃축제 장면이다. 사랑에 빠진 ‘알렉스’와 ‘미셸’은 술에 잔뜩 취한 채 다리 위에서 춤을 춘다. 이때 파리의 밤 하늘을 수놓는 프랑스혁명 200주년 기념으로 터지는 화려한 불꽃놀이와 온 도시를 가득 채운 음악 속에 함께 춤을 추는 연인. 관객들의 기억 속에 깊이 새겨진 장면을 완성시키기 위해 <퐁네프의 연인들> 제작진은 약 2만여 개의 폭죽을 동원, 총 20억 원어치의 불꽃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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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간이 넘는 긴 영화이지만 때로는 탄식하고 때로는 탄성을 내며 모두 재미있게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우리 모두가 미국영화에 길들어 있지만 프랑스 영화가 주는 매력은 그와는 또 다른 것이었습니다. 온몸을 던져 열연한 두 남녀 주연 배우들에게 마음 속으로 다시 박수를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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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돌아가신 뒤 자리를 정리하면서 나는 다시 파리를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꼭 4년 전에 갔었던 파리이지만 오늘 센느강 위의 퐁네프에서 뛰고 춤추던 미셀과 알렉스를 생각하며 빨리 다시 파리에 가서 센느강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프랑스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Guillaume Apollinaire)의 시(詩)<미라보 다리>가 생각났습니다.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 강은 흐르고
우리들의 사랑도 흐른다
내 마음 깊이 아로새기리
기쁨은 언제나 고통 위에 온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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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가 생각난 것은 다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 사랑했었던 연인 '마리 로랑생(Marie Laurencin)'과의 슬픈 사랑의 사연 때문이었습니다. 화가이자 시인이었던 마리 로랑생에게 실연당하고 돌아오는 길에 미라보 다리 위에서 그는 이 시를 지었다고 전해집니다. 나중에 아폴리네르가 죽은 뒤 마리는 "버려진 여자, 죽은 여자보다 더 비참한 것은 바로 잊혀진 여자"라고 ‘진통제’라는 그녀의 시(詩)에서 읊으며 그와의 사랑을 괴로워했습니다.
작년 겨울 한국에 갔을 때 마침 12월초에 예술의 전당에서 '마리 로랑생(Marie Laurencin)' 전시회가 열려서 가서 그녀의 그림을 보았습니다. 색채의 마술사라는 칭호에 어울리게 몽환적인 그녀의 그림은 이상할 정도로 가슴을 저미고 들어왔는데 그때 그림보다 더 나를 사로잡고 있었던 것은 역시 그녀와 아폴리네르와의 비극적 사랑이 아니었나 합니다.
마리 로랑생의 그림 한 점 소개합니다. 여류 특유의 부드러움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오늘 저녁도 여러분들과 더불어 같이 있을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다음 주에는 다시 모짜르트와 코다이의 음악을 감상하겠습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정이정 (淨耳亭) 청지기 석운 김동찬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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