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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서 가장으로 산다는 것은, 남의 나라에서 한가위를 맞으며 생각나는 시 한 편

석운 2017. 9. 8. 10:27

영진설비 갖다주기



막힌 하수도 뚫은 노임 4만원을 들고
영진설비 다녀오라는 아내의 심부름으로

번이나 길을 나섰다

자전거를 타고 삼거리를 지나는데 굵은 비가 내려
럭키슈퍼 앞에 섰다가 후두둑 비를 피하다가
그대로 앉아 병맥주를 마셨다
멀리 쑥꾹 쑥꾹 쑥꾹새처럼 비는 그치지 않고
나는 벌컥벌컥 술을 마셨다
다시 자전거를 타고 영진설비에 가다가
화원 앞을 지나다가 동그마니 홀로 섰는
자스민 그루를 샀다
마음에 심은 향기 나는 나무 그루
마침내 영진설비 아저씨가 찾아오고
거친 마디가 아내 앞에 쏟아지고

아내는 돌아서 나를 바라보았다

그냥 나는 웃었고 아내의 손을 잡고 섰는
아이의 고운 눈썹을 보았다
어느 한쪽,
아직 뚫지 못한 무엇이 있기에

오늘도 숲속 깊은 곳에서 쑥꾹새는 울고 비는 내리고

홀로 향기 잃은 나무 그루 밖에 섰나

아내는 설거지를 하고 아이는 숙제를 하고

내겐 아직 멀고

영진설비 갖다주기

 

 

시인은 향기나는 나무 한 그루라도 마음에 심었건만 나는 아직도 그 나무 한 그루를 찾아 헤매고 있다

이 한가위에 보름달 둥실 뜨면 향기나는 나무 한 그루가 내 작은 눈에 뜨일까

그렇기만 하다면 끝없는 포기나누기를 해서라도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내 마음 속의 향기나는 나무 한 그루

 

2014년 한가위에 석운 김동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