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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來無一物 何處惹塵埃(본래무일물 하처야진애)|

석운 2017. 9. 8. 11:07


本來無一物 何處惹塵埃(본래무일물 하처야진애)

본래 하나의 물건도 없는 것인데 어디서 티끌이 일어나리오

 

언젠가 읽었던 기억이 있는 구절이다. 불교에 관한 서적이였던가 아니면 어느 스님의 산문집에서였던지 여하튼 불현듯 머리에 떠올랐다. 그리고는 문득 뒤이어 어리석은 생각이 뒤를 이었다.

 

本來無一物이라면 보이는 것이든 보이지 않는 것이든 또는 만질 수 있는 것이든 만질 수 없는 것이든 모든 것을 망라하여 하나의 물건도 없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本來無一物이란 것 자체도 없어야 하는데-그것이 글자의 모음이든 아니면 글자는 사라지고 어떤 뜻만 남았건-어찌하여 마음 속 어느 귀퉁이에 그윽하니 엎드려 있다가 오늘 문득 내 머리로 떠오른 것일까? 내 머리에 떠오른 本來無一物이 본래의 本來無一物이라면 이 또한 본래부터 없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르는 물음표에 그만 정신이 아득하다.


이에 비하면 何處惹塵埃란 말은 오히려 이해가 간다. 티끌이 일어난 것이 내 마음 밭이었고 그 티끌이 위로 올라와 내 머리에서 떠올라 이 글을 쓰게 되었으니 何處惹塵埃는 나 같은 범부에게 딱 들어맞는 말이다.

 

그러나 저러나 언제가 되어야 本來無一物이란 말을 다른 잡생각 없이 똑바로 응시하고 빙긋이 웃을 수 있을까? 본래 하나의 물건도 없다는 것은 아무 것도 나의 것이 없다는 무소유의 개념뿐이 아니라 내가 아무()의 소유도 아니라는 무소속의 개념도 아울러 뜻하고 있다.

 

낼 모레 고희를 바라보는 나이에 아직도 나를 돌아보면 몸에 지니고 있는 것이 너무도 많아 무겁기만 하고 여기저기 몸이 얽혀있어 참 자유를 누리지 못한다. 아직도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게 느껴지는 것은 本來無一物의 첫 걸음도 떼지 못한 증거이고 살아온 길을 뒤돌아보면 회한이 산처럼 밀려오는 것은 何處惹塵埃의 원흉이 바로 내 마음 밭이라는 증거이다.

 

이를 어이할꼬! 높아지는 탄식 소리를 애써 잠재우며 그래도 다시 本來無一物의 뜻을 헤아려보며 허공을 응시한다.

 

2016.4.16. 석운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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