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모음

책을 붙들고

석운 2017. 9. 8. 11:01

더운 여름 날씨 속에서 벌써 가을 바람을 느낀다

 

가슴이 허허로워서일까? 어찌 계절탓이랴. 가슴 속을 흐르고 있는 것은 언제나 영겁의 시간인데 그깟 계절쯤이야 오고 가건 뒤바뀌건 상관이 없는지 벌써 오랜데 새벽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가슴은 언제나 비어있고 저녁 잠자리에 드는 몸뚱어리엔 육신의 피로는 간 곳이 없고 늘상 헤어져 너덜거리는 피곤한 영혼의 무게뿐이다.

 

음악 속에 빠져보아도 책 속에 몰입해보아도 때로는 몸과 마음을 사로잡는 무력감에 그만 절망해버린다. 무엇을 아는가? 무엇을 깨달았는가? 아무것도 아무것도…… 흘러오는 시간도 흘러간 시간도 잡을 수 없고 그만 필멸의 존재의 좁은 한계 속에 허우적거리는 나만 바라본다.

 

작기만 한 나의 세계 그 속에 여전히 음악은 흐르고 그 흐름 속에 동그마니 앉아있는 노인네 하나. 두 손에 꼭 잡고 있는 책이 안쓰러워 그만 꺼이꺼이 울고 싶다.

 

다시 한낮의 여름 후덥지근한 바람이 목덜미까지 차오른다.

 

책을 붙들고

 

책을 붙들고 그냥

꺼이꺼이 운다

오래된 책일수록

더욱 꼭 붙들고

소리 높여 꺼이꺼이 운다

 

본 책도 많고

볼 책도 많은 데

깨달은 것도 시간도 없어

그냥 붙들고 꺼이꺼이 운다

 

눈을 들어 세상을 본다는 것은

나를 잊기 위함이다

그렇다고 끝까지 잊을 수 있을까?

결국은 책으로 돌아오고

책 곁엔 절망하는 내가 있고

그게 너무 슬퍼서

책을 붙들고 꺼이꺼이

다시 울음을 터뜨린다

 

언제나

책 속에 있는

나를 만날 수 있을까

그땐

꺼이꺼이 기쁨의 눈물을 울 수 있을까?

 

2016.2.4 석운 김동찬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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