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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풍경 둘, 아 금각사(金閣寺

석운 2017. 9. 8. 10:43

 

금각사(金閣寺)를 처음 본 것은 정확히 48년 전이다.

 

그러나 눈으로 금각사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48년 전, 그때 대학교 1학년 때에 본 금각사는 미시마 유키오, 아니 삼도유기부(三島由紀夫 -그때엔 일본인의 이름을 한자 발음으로 읽었다)의 소설 속에서였다. 그때 소설 속에서 보았던 금각사는 박물관 유리함 속의 도자기처럼 내 마음 속 깊은 곳에 있었지만 세월과 더불어 차츰 퇴색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 금각사, 이번 일본 여행에서 만난 금각사는 온통 나를 휘어잡고 말았다.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는 교토(京都)에는 볼 것도 많았지만 맨 처음으로 금각사를 찾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매표소를 지나 똑바로 난 길을 따라 걷다가 얼마 안돼 왼쪽으로 모퉁이를 돌자 눈을 꽉 채우고 들어오는 그녀(나는 이 절을 아리따운 여인을 의미하는 그녀이외의 다른 이름으로 부를 수가 없다)의 모습에 나는 그만 다리가 휘청거리는 것을 느꼈다. ‘, 여보,’하며 나는 옆에 따라오든 아내의 어깨를 잡고서야 몸의 균형을 잡을 수가 있었다. ‘왜 그러세요? 하고 이상한 듯 나를 쳐다보는 아내의 큰 눈동자 속에 아주 작게 그러나 선명하게 각인된 금각사를 나는 다시 보았다. ‘너무 아름다워서. 저 여인, 아니 저 절, 금각사, 너무 아름다워서……’하며 나는 말을 맺지 못했다. 왜 그런지 가슴 속에 울컥 설움이 몰려오면서 나는 터져 나오려는 신음을 참아야만 했다.

 

금각사, 그녀의 아름다움은 설움이었다. 그녀 앞에 서면 살아온 내 모습이 너무 추하게 느껴져 그만 서러워진다.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선, 검은 지붕과 금빛 몸체가 빚어내는 색깔의 조화, 물 속에 드리운 신비로운 그림자, 모두 합하여 아름다움의 극치를 빚어낸다. 그리고 그것은 정결한 여인의 아름다움이었다. 그 앞에 선 나는 점점 왜소하여지고 어딘가로 숨고 싶지만 그녀는 그윽한 그러나 어딘가 주술적인 눈길로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나는 다시 숨을 삼켜야 했고 부끄러움으로 설움으로 흔들리는 내 자신을 추스르며 신음을 안으로 삼켜야만 했다.

 

미시마 유키오, 이제 당신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겠소, 라고 나는 독백같이 내뱉었다. 48년간 편견을 가지고 당신을 바라보았던 나를 용서하시오. 이제야 나는 왜 당신의 소설 속의 주인공이 이 아름다운 절을 불태워야 했는지, 왜 당신이 45세의 젊은 나이에 셋푸쿠(切腹)로 삶을 마감해야 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소.  

                                                                           

이제 그만 가세요.’ 멍청하니 절만 바라보고 있던 나를 기다리다 못해 아내가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 그럽시다.’ 내 손 속에 들어온 아내의 작은 손이 전해 주는 부드러운 온기에 비로소 정신이 들은 나는 돌아서 그녀금각사를 뒤로 하고 걷기 시작했다.

 

2015.11.16 석운 김동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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