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모음

시인과 빨래

석운 2017. 9. 8. 11:00

제법 무더운 여름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 화요일 오후 내 방엔 쇼스타코비치의 현악사중주가 흐르고 있었고

방 밖 작은 뒷마당엔 여름 햇발이 가득히 내리고 있었습니다.

꽃을 좋아하는 아내가 화분마다 심어놓은 꽃들이 뜨거운 햇발에 겨워 모두

고개를 숙이고 있었습니다.

 

그때 왜 윤동주의 시()가 생각났었는지 모릅니다

 

빨래

                        

빨랫줄에 두 다리를 드리우고

흰 빨래들이 귓속 이야기하는 오후,

 

쨍쨍한 七月 햇발은 고요히도

아담한 빨래에만 달린다

 

한국의 7월은 이곳 여름에 비할 수 없게 더웠을 텐데 이 시인은 빨랫줄에 널려있는

빨래를 보고 이렇게 아름다운 시를 쓸 수 있었다니 참 그 마음 밭이 부럽습니다.

난 기껏 음악이나 들으며 책을 뒤적거리는데 시인은 빨래들의 귓속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아담한 빨래에만 달리는햇발을 읽어보는 혜안을 가졌으니 다시 부럽습니다.

 

여러분들은 이 더운 여름날 무엇을 듣고 보고 계신지요?

 

2016.1.28

석운 김동찬씀

 


'글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심(詩心)  (0) 2017.09.08
책을 붙들고  (0) 2017.09.08
일본 풍경 둘, 아 금각사(金閣寺  (0) 2017.09.08
굴원(屈原)과 어부(漁父)|  (0) 2017.09.08
여행을 떠나며, 자화상(自畵像)|  (0) 2017.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