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무더운 여름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 화요일 오후 내 방엔 쇼스타코비치의 현악사중주가 흐르고 있었고
방 밖 작은 뒷마당엔 여름 햇발이 가득히 내리고 있었습니다.
꽃을 좋아하는 아내가 화분마다 심어놓은 꽃들이 뜨거운 햇발에 겨워 모두
고개를 숙이고 있었습니다.
그때 왜 윤동주의 시(詩)가 생각났었는지 모릅니다
빨래
빨랫줄에 두 다리를 드리우고
흰 빨래들이 귓속 이야기하는 오후,
쨍쨍한 七月 햇발은 고요히도
아담한 빨래에만 달린다
한국의 7월은 이곳 여름에 비할 수 없게 더웠을 텐데 이 시인은 빨랫줄에 널려있는
빨래를 보고 이렇게 아름다운 시를 쓸 수 있었다니 참 그 마음 밭이 부럽습니다.
난 기껏 음악이나 들으며 책을 뒤적거리는데 시인은 빨래들의 귓속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아담한 빨래에만 달리는’ 햇발을 읽어보는 혜안을 가졌으니 다시 부럽습니다.
여러분들은 이 더운 여름날 무엇을 듣고 보고 계신지요?
2016.1.28
석운 김동찬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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