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음악회

제286회 화요음악회도 잘 열렸습니다

석운 2020. 12. 15. 19:34

힘들었던 한 해를 보내며

안녕하십니까? 12월도 중순이 지나 이제 2020년이 저물어갑니다. 정말로 힘들고 어려웠던 한 해입니다. 올해 초 중국에서 시작하여 전 세계를 휩쓰는 코로나는 아직도 그 마수를 멈추지 않고 곳곳에서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21세기의 과학과 의학도 이 난데없는 전염병 앞에 속수무책인 것을 보면서 인간의 능력이 얼마나 보잘것없는가를 다시 실감합니다.

이럴 때 새삼 듣고 싶은 음악이 베토벤의 9번 교향곡 ‘합창’입니다. 이 교향곡은 인류애(人類愛)를 노래하는 프리드리히 실러의 시를 담고 있기에 이렇게 어려운 때에 다 같이 들으면서 사랑을 회복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오늘 화요음악회에서는 이 곡을 감상하기로 했습니다. 연주 시간 70분이 넘는 대곡이지만 2020년을 보내면서 꼭 같이 듣고 싶은 곡입니다. 곡을 듣기 전에 먼저 영화 카핑 베토벤(Copying Beethoven)에 나오는 이 곡의 초연 장면을 먼저 보았습니다. 화요음악회에서 전에 한 번 감상했던 영화이지만 귀가 안 들리는 상태에서 이 엄청난 대작을 작곡한 베토벤의 모습을 배우의 연기를 통해서라도 상상해 보기 위해서입니다.

 

*긴급속보

음악감상을 하기 직전 서울에 있는 친구로부터 반가운 소식이 왔습니다. 5년전 사형선고와 다름 없는 폐암 말기 진단을 받았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믿음을 갖고 기도하며 항암 치료를 하던 친구 淸湖(그의 호임)가 의사로부터 더 이상 항암치료가 필요없을 만큼 회복되었다는 놀라운 소식이었습니다. 형제보다 가깝게 지내던 4명 친구 중의 하나인 淸湖의 소식에 우리 모두는 할렐루야로 하나님께 감사드렸습니다. 오늘 화요음악회는 이 반가운 소식을 나누며 시작했습니다. 기적은 결코 먼 곳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믿음과 사랑을 가지고 우리 이웃과 친구를 위해 사랑의 마음으로 기도할 때에 기적은 일어납니다. 이 글이 읽으시는 모든 분에게 희망과 믿음을 드리기를 기도합니다.

 

영화 카핑 베토벤(Copying Beethoven)

아그네츠카 홀란드(Agnieszka Holland)가 연출한 영화 카핑 베토벤에 나오는 ‘합창’ 교향곡의 초연 장면은 정말 압권입니다. 물론 픽션이지만 귀가 안 들리는 베토벤은 지휘를 하기 위해 제자이자 악보를 대신 기록하는 카피스트 안나의 도움을 받습니다. 안나의 도움으로 베토벤은 지휘를 하고 연주는 성공리에 끝납니다. 객석에서 열광의 파도가 휘몰아치지만 귀가 안 들리는 베토벤은 그대로 서 있습니다. 안나가 뛰어가 베토벤을 돌려세우자 그는 비로소 환호하는 사람들을 향해 손을 번쩍 듭니다. 감동적인 장면입니다.

https://youtu.be/LC4hYuN6lmg 카핑 베토벤 마지막 부분

 

이어서 합창 교향곡 전곡을 감상했습니다.

 

베토벤의 9번 교향곡 ‘합창’

베토벤은 22살 때 독일 시인 실러의 ‘환희의 송가’를 읽은 뒤 이 시에서 영감을 얻어 ‘인류를 구원할 위대함’을 자신의 음악에서 구현하겠다고 결심합니다. 그 뒤 절치부심 30년간 공을 들여 1824년에 완성한 이 곡은 음악 비평가를 비롯한 모든 사람에게서 음악 작곡 사상 최고의 걸작품이라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교향곡으로는 처음으로 성악을 도입한 이 곡에 “합창교향곡”이라는 별명이 붙은 것은 바로 4악장에 나오는 합창 및 독창 때문이며 그 가사는 프리드리히 실러의 ‘환희의 송가’를 삼 분의 일쯤으로 줄여서 번안한 것입니다.

 

환희여, 아름다운 신의 광채여, 천상낙원의 딸들이여,

우리는 정열에 취하고 빛이 가득한 신의 성전으로 들어간다ǃ

가혹한 현실이 갈라놓은 자들을 신비로운 그대의 힘으로 다시 결합시키는도다.

그리고 모든 인간은 형제가 되노라, 온화한 그대의 날개가 머무르는 곳에서.’라고 시작하여

모든 사람은 서로 포옹하라!

이것은 온 세상을 위한 입맞춤! 형제여 별의 저편에는 사랑하는 아버지가 있으니 모든 사람은 서로 포옹하라!

이것은 온 세상을 위한 입맞춤!

환희여, 아름다운 신의 광채여, 천상낙원의 딸들이여, 환희여, 아름다운 신의 광채여, 신의 광채여.’로 끝나는 환희의 송가는 과연 22살 야심만만한 청년 베토벤에게 영감을 줄 만한 시였습니다.

 

베토벤은 음악의 여러 분야에서 뛰어난 걸작들을 남겼지만 무엇보다도 교향곡 장르를 최고의 음악으로 완성시켰습니다. 어떤 학자는 베토벤이 남긴 9개의 교향곡을 ‘태양’으로 비유하며 그 뒤에 나온 모든 교향곡은 그 주위를 맴도는 ‘행성’이라고 했습니다. 베토벤이 교향곡에서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지 잘 알려주는 말입니다.

 

곡의 내용

모두 4악장으로 되어있는 교향곡 ‘합창’의 연주 시간은 70분 정도로 대곡(大曲)입니다. 마음자리를 안정시키고 들어야 다 들을 수 있습니다.

1악장은 조금 느슨한 느낌으로 시작되는 도입부는 곧이어 단호하고 장대한 느낌으로 ‘빠밤’하고 첫 주제가 터져 나오고 이어서 비교적 정적인 두 번째 주제로 이어집니다.
2악장은 보통의 고전적 교향곡의 2악장은 느린 악장이지만 ‘합창’의 2악장은 몰토 비바체의 빠른 악장입니다. 앞의 악장과 달리 급작스러울 정도로 분위기가 바뀌며 팀파니로 호기롭게 시작됩니다. 이어서 바이올린이 다소 빠른 템포로 주제를 연주합니다.
3악장은 가벼운 한숨처럼 시작되는 아다지오의 3악장은 베토벤답지 않을 만큼 낭만적입니다. 바이올린이 아름다운 선율의 첫 주제를 아련한 느낌으로 연주하고 관악기가 메아리처럼 간간히 울려 퍼집니다. 이어서 새로운 조성의 두 번째 주제로 넘어가며 음악이 빨라지면서 바이올린과 비올라가 어울립니다.

4악장은 시작하며 관악기들이 부산하게 수런거리다가 첼로와 베이스가 부드럽게 속삭이듯 웅얼댑니다. 이윽고 오케스트라의 총주로 분위기가 고조되다가 베이스(혹은 바리톤)의 독창이 튀어나옵니다. 교향곡 사상 처음으로 사람의 목소리가 나오는 순간입니다. O Freunde, nicht diese Töne로 시작하는 노랫말은 실러의 시(詩)가 아니고 베토벤이 첫머리에 첨가한 노랫말입니다. ‘오 친구들이여! 이런 곡조들이 아닌, 좀 더 즐겁고, 기쁨에 찬 노래를 부르자.’고 시작되는 노래의 첫 구절 ‘nicht diese Töne’(이런 곡조들이 아닌)은 깊은 뜻이 있습니다. ‘이런 곡조들’이 어떤 곡조들이기에 베토벤은 아니라고 했을까요? 그것은 세상의 곡조들, 땅의 곡조들, 절망의 곡조들이었을 것입니다. 이 곡을 작곡할 때의 베토벤은 귓병이 악화되어 세상의 소리를 들을 수 없었지만 대신 하늘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랬기에 그는 슬픔과 절망을 노래하는 이런 곡조들이 아닌(nicht diese Töne) 더 즐겁고 기쁨에 찬 하늘의 노래(환희의 송가)를 노래하자고 했을 것입니다. 곡의 끝부분에 나오는 합창은 더욱더 감동적입니다. ‘모든 사람은 서로 포옹하라! 이것은 온 세상을 위한 입맞춤! ----- 환희여, 아름다운 신의 광채여, 신의 광채여’라고 노래하는 합창은 아름답고 장엄합니다. 곡의 속도는 더욱더 빨라지고 모두가 환희 속에 힘을 다해 춤추며 신(神) 안에서 하나가 되는 느낌을 주며 서서히 막이 내려옵니다.

 

오늘 화요음악회에서는 베토벤 교향곡의 권위자 W. Furtwangler가 지휘한 Bayreuth 축제 관현악단의 연주를 감상했습니다. 독창자는 시바르쯔코프(S), 헤프겐(A), 호프(T), 에텔만(B)입니다. 충실하고 긴박감 넘치는 이 연주를 뛰어넘는 연주는 아직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음악 감상을 마치고 하나님의 말씀을 같이 보았습니다.

베드로 전서 5장 8-9절입니다.

8. 근신하라 깨어라 너희 대적 마귀가 우는 사자같이 두루 다니며 삼킬 자를 찾나니 9. 너희는 믿음을 굳게 하여 저를 대적하라. 이는 세상에 있는 너희 형제들도 동일한 고난을 당하는 줄을 앎이니라.

코로나가 아직도 전 세계 모든 인류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뉴질랜드는 다행히 피해가 적은 편이지만 결코 마음을 놓을 수 없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믿을 분은 오직 하나님 한 분입니다. 믿음을 굳게 하여 저를 대적해서 이 고난을 이기고 희망에 찬 새해를 맞으시기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다음 주 22일에는 포트럭 디너로 6시에 모여 송년 화요음악회를 하겠습니다. 식사 뒤에는 음악 영화를 감상하겠습니다.

정이정(淨耳亭) 청지기 석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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