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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야, 안녕!

자전거야, 안녕! “할아버지 똑바로 가세요!” 뒤에서 따라오던 손녀가 소리쳤다. “어, 할아버지 똑바로 가고 있는데,”하고 내가 답하자 “아녜요, 할아버지! 자꾸 왼쪽으로 쏠려요,”하고 손녀는 좀 더 다급하게 말했다. 몇 년 전 가을에 한국에 갔을 때 딸네 가족과 같이 캠핑을 간 적이 있다. 경기도 이천 근처 어딘가였는데 캠핑장에 도착하자 사위가 차에서 자전거 두 대를 내리며 내게 말했다. “제가 텐트를 칠 테니까 아버님은 지안이 데리고 자전거로 한 바퀴 도시고 오세요. 자전거 길이 잘 나 있으니까 좋으실 거에요.” 지안이는 10살 난 손녀 이름이었다. 사위의 말에 자전거를 살펴보니 하나는 어린이용으로 손녀 것이었고 하나는 어른용으로 사위 것이었다. “할아버지, 저랑 같이 가요. 저 자전거 잘 타요,”하..

글모음 2021.12.07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이 글은 제가 속한 ‘뉴질랜드 카우리 하이킹 클럽 월간 회보 10월 호’에 실린 글입니다) 지난 2017년은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50년 되는 해였습니다. 그리고 그 해 11월에 졸업 50주년 자축연이 있었습니다. 자축연에는 재미있는 순서가 많았지만 그 중에 압권은 네 명의 동창이 부인들과 함께 나와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노래한 순서였습니다. 노래가 끝나자 모두가 일어나 열렬히 박수를 치며 성원했지만 이는 결코 노래를 잘 불렀기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계속 이어지는 이들 네 명 동창의 변함없는 우정은 모든 동창들 사이에서 유명했습니다. 이들의 사이가 너무 좋았기에 부인들끼리도 친해져서 부인들 사이도 남자들 사이 못지않게 좋았습니다. 그랬기..

글모음 2021.10.29

어마어마한 벤치

“그 할머니 이사 가셨겠지요?” 어제 오후 모처럼 햇살이 포근하였다. 점심을 먹은 뒤 정원으로 나와 벤치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내가 문득 내게 물었다. 그렇게 묻는 아내의 표정에서 가을바람 같은 안타까움이 묻어 나왔다. 나는 아내가 말하는 그 할머니가 누군지 알았다. 그래서 “아, 그 할머니,”하고 맞받으며 잠시 뜸을 들였다. “글쎄, 그때 이사 준비를 하고 계셨으니 벌써 가셨겠지. 정이 많은 할머니시니 어디 가시든 잘 사실 거요,”라고 내가 답하자 아내도, “글쎄 그러셨으면 좋겠어요,”하면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내의 크고 맑은 눈 안으로 봄 하늘의 푸르름이 내려앉았다. ‘그 할머니’는 약 한 달 전에 우리에게 지금 앉아있는 벤치를 파신 분이다. 아내가 정원에 벤치가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글모음 2021.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