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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커피 배달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커피 배달부 지난 월요일 아침 식사를 막 마쳤을 때이다. 딩동 딩동 하고 초인종이 울렸다. 아내와 나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현관을 향해 얼굴을 돌리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델타 코로나 발발로 두 달 전에 이 도시에 록다운(lockdown)이 선포된 뒤로는 남의 집 방문이 금해졌기에 아무도 초인종을 누르는 사람이 없었다. 며칠 전에 규제가 조금 풀려 바깥에서는 두 가족이 마스크를 쓰고 만나는 것이 허용되었지만 아직도 집안으로는 들어올 수 없었다. ‘누굴까, 아이들이 장난으로 눌렀나?’하고 속으로 생각하며 나는 현관을 향했다. “Who is it(누구세요)?”라고 내가 현관문 앞에서 큰소리로 묻자 밖에서 인기척이 나며 “커피 배달 왔습니다,”하고 우리말로 답하는 낯..

글모음 2021.10.12

이 봄엔

이 봄엔 어느덧 구월이 가고 시월이 왔다. 남반구 이 작은 나라의 시월은 봄이어야 했다. 그러나 봄은 보이지 않고 잔인한 시간이 흘러가는 것만 보인다. 코로나는 여전히 세상 모든 곳에서 꿈틀거리고 여기 뉴질랜드도 예외는 아니기에 록다운(lockdown) 아래서 지낼 수밖에 없는 하루하루가 너무 답답하기만 하다. 살다 보니 어느 사이 고희(古稀)를 훌쩍 넘겼고 해마다 봄을 맞았지만 올봄처럼 봄답지 않은 봄은 없었다. 기후 변화의 영향인지 아니면 봄마저 변이 코로나에 감염되었는지 날은 춥고 하루 건너 비가 쏟아졌고 바람은 미친 듯이 사방에서 불어왔다. 그러다 보니 올해 봄에는 내가 봄을 타게 되었나 보다. 봄을 탄다는 말이 사춘기 소녀나 혼자 사는 여인들에게나 해당하는 말이라 생각했는데 올봄엔 영락없이 내가..

글모음 2021.10.01

사봉과 율림, 아름다운 부부

사봉과 율림, 아름다운 부부 지난 6월 마지막 날을 하루 앞두고 사봉(思峰)이 세상을 떠났다. 믿고 싶지 않지만 사실이었다. 사봉은 동생의 남편인 내 매제(妹弟)의 호(號)이다. 동생이 나보다 두 살 아래이고 사봉은 동생과 동갑이니 이제 겨우 고희를 넘긴 나이였다. 나이가 들면서 죽음은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니었지만 이번 사봉의 죽음은 너무도 타격이 컸다. 사봉과 동생은 대학 동창이었다. 같은 과 같은 학년이었다. 나랑은 과(科)는 달랐지만 같은 대학교를 다녔으니 사봉은 내 대학 후배이기도 했다. 참 오래 전 일이지만 아직도 사봉을 처음 만났던 날이 기억에 남아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여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던 동생이 어느 날 부모님께 사귀고 있는 남자가 인사를 드리러 오고 싶다는 말씀을 드렸다. 동생의 ..

글모음 2021.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