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토록 빗방울이 간헐적으로 떨어지고 그 사이사이로 바람이 불어대던 하루였지만 화요음악회에 오시는 분들의 발길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방안을 가득채우고도 넘칠 정도로 오셔서 다정한 인사를 나누시는 분들을 보면 보다 좋은 분위기에서 보다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깁니다. 치통을 무릅쓰고 나오신 강산님 내외분, 한국에 갔다 오신 부인을 모시고 나오신 브라운스 베이의 이선생님 내외분, 첫 아기를 갖고서도 음악을 찾아 나온 성만이 댁, 멀리서부터 오시는 신장로님 내외분, 그밖에 항시 그 자리를 지켜 주시는 여러분들, 모두에게 다시 감사드립니다. 이날로 라흐마니노프를 마감하고 다음 주에는 그의 3번 피아노 협주곡이 나오는 영화 'Shine'을 보기로 했습니다. 특별히 연말이 가까워 오므로 다음 주에는 포트럭 디너로 6시반에 모여 같이 저녁을 먹고 나서 영화를 보기로 했습니다. 그 동안 못나오셨던 분들도 다음 주에는 나오셔서 같이 자리를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은 오늘 진행된 내역입니다.
이날 첫곡은 교향시 '죽음의 섬'이었는데 이를 듣기 위해 우선 그림부터 한 점 보았습니다.
Isle of the Dead Op.29
라흐마니노프 교향시 ‘죽음의 섬’
화가 뵈클린의 그림을 교향시로 표현
아르놀트 뵈클린(1827-1901)의 명화 <죽음의 섬>
뵈클린의 그림에는 명화가 많지만, 라흐마니노프가 이 그림을 보고 더욱 큰 영감을 받은 것은 그가 쇼펜하우어와 같은 염세주의자로서 웃음보다는 오히려 음울한 죽음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토마스 후드라는 시인이 쓴 ‘이곳이야말로 아무런 소리도 없는 고요가 있다. 이곳에야말로 아무런 소리도 있을 수 없는 고요가 있다.’라는 소네트도 생각하면서 이 교향시를 썼다고 한다. 뵈클린은 “이 그림을 보는 사람들은 문을 노크하는 소리에까지도 놀라서 눈을 뜰 만큼 고요와 침묵의 감명을 틀림없이 받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어쩌면 이 그림 속의 고요는 죽은 뒤의 ‘없음(無)’의 세계일지도 모른다. 이 죽음의 섬은 햇빛조차 비치지 않는 쓸쓸한 외딴 섬인데, 그지없이 조용한 바다 위에 도사리고 있다. 날카로운 절벽과 우수에 잠긴 듯한 크나큰 사이프러스 나무가 우거져 있어 엄숙하기까지 한 이 그림은 참다운 고독을 보여주고 있다. 한 척의 작은 배에 흰옷을 입은 카론(이승과 저승 사이에 흐르는 강의 뱃사공. 저승으로 영혼을 건네주는 일을 함)이 타고 이 무서운 섬으로 향하고 있는 정경은 더욱 큰 전율을 자아낸다.
그런데 사실 라흐마니노프가 본 그림은 원본이 아니라 흑백 복사본이었다고 한다. 나중에 원본 그림을 본 라흐마니노프가 원본을 먼저 보았더라면 이런 음악이 나올만큼의 감동을 못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흑백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는 일화이다. 여러분들이라면 칼러와 흑백 중 어느 그림이 더 가슴에 와닿습니까? 아래 그림을 보십시오!
'죽음의 섬' 교향시는 다음과 같이 펼쳐진다.
첫머리는 8분의 5박자라는 변박자의 느리고도 서글픈 하프 연주로 시작되는데, 이것은 죽은 사람의 영혼을 섬으로 실어 나르는 카론이 젓는 노의 움직임을 상징한다. 이윽고 첼로가 이 죽음의 섬에 부딪치는 물결을 그렸다고 생각되는 분산화음의 반주형(伴奏型)을 나타낸다. 이 물결의 모티프는 이 곡을 다스리는 가장 아름다운 요소이다.
그 사이에 고뇌가 깃 듯한 바이올린을 배경으로 첼로가 암시하는 그레고리 성가인
‘디에스 이레’(Dies irae, 진노의 날)가 단편적으로 어슴푸레 들려온다.
섬에 가까워지면서 소리가 커지고 움직임이 뚜렷해지며, 이때까지 표면에 나타나지 않았던 죽음의 고통이 나타난다. 이 곡의 중간 부분에서는 새로운 주제가 갑자기 밝게 나타나지만, 이윽고 우울하고 불안한 분위기에 다시 휩쓸리면서 ‘디에스 이레’가 다시 냉혹하고 집요하게 들리면서 카론의 배는 섬을 떠나 조용히 멀어져 간다.
Vladmir Ashkenazy가 지휘하는 Royal Concertgebouw Orchestra의 연주로 듣는다.
Prelude in C-sharp minor, Op. 3, No. 2
'The Bells of Moscow'
Prélude Op.3-2 Lento C sharp Minor : 라흐마니노프가 모스크바 음악원을 졸업한 직후 발표한 5곡의 환상 소품집 Op.3 중 2번 곡. Op.23(10곡), Op.32(13곡)과 더불어 라흐마니노프 프레류드 24곡을 이루는 곡이다. 라흐마니노프 초기 명성은 그의 피아노 작품들 특히 이 곡 'C# minor Lento' 전주곡으로 얻어졌다.
이 곡은 1893년 쓰였으며 모스크바의 극적인 화재와 교회 종의 울림을 연상시킨다. C단조의 어둡고 무거운 이 곡은 장송곡처럼 침울하다. 처음 시작은 느리고 무겁게 시작하면서 포르테시모로 두 음절이 시작되면서 바로 피아노시시모로 변한다. 샘 여림이 극에서 극으로 변하는 것이다.
리듬도 없이 반복적인 화성이 똑같이 연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초반부를 지나 두 번째 부분은 아지타토(Agitato: 격하게 흥분해서)로 이루어저 있다. 후반부에서는 초반부와 같은 빠르기로 돌아와서 망치로 두드리듯 건반을 내리친다. 역설적이게 마지막 끝부분은 피아노시모 보다 더 여리게 끝을 맺고 있다.
Ilana Vered의 피아노 연주로 듣는다
피아노 협주곡 No. 1, Op. 1 중 2악장 Andante
그의 4개의 피아노 협주곡 중 가장 먼저 작곡되었지만 처음에 그다지 호평을 받지 못해 그 뒤 개작에 개작을 하여 1917년에 완성되어 오늘날에 이르므로 사실상은 그의 유명한 협주곡 2번과 3번보다 늦게 작곡된 셈이다. 그러나 이 곡을 마지막으로 러시아를 떠났기에 고국에서의 마지막 작품이다. 오늘은 그 중 2악장만 들어본다.
일종의 환상곡이라 할 수 있는 형식의 악장으로 전체적으로 맑은 안정성이 있으며, 북유럽적 낭만에 넘치고 있다. 호른이 취주하는 광활한 느낌의 가락으로 시작되어, 다른 악기가 얽혀서 무드를 조성하고, 피아노가 이를 이어받아 카덴짜를 형성한 후에, 새로 피아노가 정리된 주제를 정서로 가득 차게 연주한다. 이것이 전개하여 파곳의 독주와 피아노의 왼손으로 러시아풍의 가락이 나오다, 호른이 또 다시 첫머리의 음형을 불고, 피아노는 이를 장식한다. 이윽고 곡상은 슬픔을 지닌 듯한 느낌이 되어, 제 1바이올린과 첼로가 슬픈 주제를 연주하고, 피아노가 대비적인 꾸밈음형을 계속 연주한다. 끝으로 짧은 코다가 있은 후, 사라지듯 조용히 곡을 맺는다.
역시 아시케나지의 피아노로 듣는다.
Piano Concerto No.3 in D minor
피아노의, 피아노를 위한, 피아노에 의한 협주곡’
이3번 협주곡이야말로 피아니스트로서 작곡가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한 초월적 의지를 반영한 작품이다. 진정한 의미에 있어서 ‘피아노의, 피아노를 위한, 피아노에 의한 협주곡’이다. 이 곡은 피아노 협주곡 역사상 무서울 만큼 가공할 테크닉과 초인적인 지구력, 상상을 뛰어넘는 예술적 감수성과 시적 통찰력을 요구하는 작품이다. 이 곡은 예술적 동료로 평생토록 깊은 우정을 나누었던 피아니스트 호프만에게 헌정되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호프만은 이 작품을 연주하기에는 손이 작았기 때문에 공개석상에서는 한 번도 연주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 작품은 연주하기가 너무나 힘들뿐더러 그 정서적 표현 역시 당시로서는 대단히 혁신적인 곡이었다. 그래서 대중적으로 어필하기까지에는 1960년대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가 등장할 때까지 50여 년의 세월을 기다려야만 했다.
오늘 아쉬케나지의 피아노연주와 런던 심포니의 협연으로 들어본다
1악장: 알레그로 마 논 탄토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서주부에 뒤이어 D단조의 장엄한 테마가 피아노로 연주된다. 피아노가 두 번째 주제를 연주하며 점점 빠르게 진행되며 음악은 힘차고 다이내믹하게 이어진다. 이윽고 걸음이 빨라지면서 변주곡으로 진입하고 곧 카덴차 부분으로 이어지며 장대한 피아노 솔로 카덴차가 나타난다. 그리고 다시금 1주제와 2주제가 제시되며 끝을 맺는다. ▶이 곡은 영화 <샤인>을 통해서도 잘 알려져 있다. 정신질환자인 주인공을 통해 이 곡의 연주와 해석의 어려움을 잘 나타낸 영화다.
2악장: 인터메초. 아다지오
오보에의 독주로 멜로디가 연주되며 강렬한 총주로 이어진다. 이때 불협화음으로 등장하는 피아노 독주는 주단 위를 굴러가는 흑진주 같다는 찬사를 받은 바 있다. 왈츠 풍 음형과 여러 단편들이 경쟁적으로 대화를 나누다가 솔로 피아노의 장대한 스케일과 간결한 오케스트라 총주가 등장하여 3악장으로 음악을 이끌어간다.
3악장: 피날레. 알라 브레브
한 마디로 비르투오소를 위한 찬가라고 말할 수 있다. 웅대한 힘, 야성적 매력, 정교한 테크닉과 진한 서정성이 뒤엉켜 펼쳐지는 낭만주의 상상력의 극치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프로코피에프를 연상시키는 듯한 짧은 카덴차 성격을 가진, 피아노가 연주하는 마지막 토카타 패시지가 압권이다. 피아노가 클라이맥스를 주도하며 폭풍우가 몰아치는 듯한 옥타브, 살인적인 분산화음으로 듣는 이의 심장을 10분 넘게 들었다 놓았다 하며 웅장하고 화려하게 마무리된다.
이렇게 해서 음악감상을 마치고 하나님 말씀을 보았습니다.
시편 4편
|
다윗의 시, 영장(director of music)으로 현악에 맞춘 노래 | |
|
내 의의 하나님이여 내가 부를 때에 응답하소서 곤란 중에 나를 너그럽게 하셨사오니 나를 긍휼히 여기사 나의 기도를 들으소서 | |
|
[시] 4:2 |
인생들아 어느 때까지 나의 영광을 변하여 욕되게 하며 허사를 좋아하고 궤휼(false gods)을 구하겠는고 (셀라Selah) |
|
[시] 4:3 |
여호와께서 자기를 위하여 경건한 자를 택하신 줄 너희가 알지어다 내가 부를 때에 여호와께서 들으시리로다(Know that the LORD has set apart the godly for himself; the LORD will hear when I call to him.) |
|
[시] 4:4 |
너희는 떨며(in your anger) 범죄치 말지어다 자리에 누워 심중에 말하고 잠잠할지어다 (셀라) |
|
[시] 4:5 |
의의 제사를 드리고 여호와를 의뢰할지어다 |
|
[시] 4:6 |
여러 사람의 말이 우리에게 선을 보일 자 누구뇨 하오니 여호와여 주의 얼굴을 들어 우리에게 비취소서 |
|
[시] 4:7 |
주께서 내 마음에 두신 기쁨은 저희의 곡식과 새 포도주의 풍성할 때보다 더하니이다 |
|
[시] 4:8 |
내가 평안히 눕고 자기도 하리니 나를 안전히 거하게 하시는 이는 오직 여호와시니이다 |
매일 저녁 자리에 누워 잠들기 전에 이렇게 기도했던 다윗의 심정을 우리가 생각하며 하나님께 기도하며 잠들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이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다음 주에는 6시30분에 모여 포트럭 디너로 같이 저녁을 먹고나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악장이 나오는 음악영화 Shine을 보기로 하고 헤어졌습니다.
감사합니다.
석운 김동찬 드림
'화요음악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제66회 화요음악회는 오클랜드 문학회원들의 '시낭송회'와 같이 하였습니다 (0) | 2013.12.18 |
|---|---|
| 제65회 화요음악회가 많은 분들이 오신 가운데 잘 열렸습니다 (0) | 2013.12.10 |
| 제63회 화요음악회도 잘 열렸습니다 (0) | 2013.11.26 |
| 제62회 화요음악회도 잘 열렸습니다 (0) | 2013.11.19 |
| 제61회 화요음악회엔 라흐마니노프를 들었습니다 (0) | 2013.1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