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본격적인 여름날씨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서늘한 바람이 부는 저녁은 음악듣기 아주 좋은 시간입니다. 그 시간을 찾아서 음악을 사랑하는 분들이 모였고 같이 모여 정담을 나눈 뒤 슈만의 음악을 들은 241회 화요음악회도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오늘은 특히 서울에서 우리 부부를 만나러 오신 파넬의 최회장님 내외분도 참석하셨고 크리스천라이프 지에 난 제 글을 보고 멀리 힐스보로우에서부터 오신 장선생님 한선생님 내외분도 계셨고 교회 일로 한동안 참석 못하시던 송 레베카님도 오셔서 더욱 풍성한 화요음악회였습니다.
다음은 오늘 진행된 내역입니다.
로베르트 슈만(Robert Alexander Schumann, 1810-1856)
삶 자체가 낭만주의를 표방했던 슈만은 음악으로도 낭만주의에 충실했다. 특히 피아노와 가곡 분야에 뛰어난 작품들을 남겼지만 4개의 교향곡, 그리고 a 단조의 피아노 협주곡과 첼로 협주곡도 모두가 걸작들이다.
청소년기의 슈만은 문학에 심취했었다. 그렇기에 김나지움을 졸업한 뒤 여행을 떠났다가 낭만파 시인 하이네와 만나 깊은 교유를 나누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피아니스트가 되기로 작정하고 당대 최고의 피아노 교수였던 프리드리히 비크 교수의 가르침을 받았다. 그러다가 손가락을 다쳐 피아니스트가 되기를 포기한다.
그러다가 그는 은사인 비크 교수의 딸이자 당시 천재 피아니스트로 이름을 날리던 클라라와 사랑에 빠진다. 클라라는 그때 불과 17살이었다. 앞날이 불투명한 슈만에게 딸을 주려 하지 않는 은사를 상대로 슈만은 소송을 제기하고 4년만에 이겨 결혼에 성공한다.
기쁨에 넘친 그는 이 해에 ‘시인의 사랑’ ‘여인의 사랑과 생애’ 등 주옥 같은 가곡들을 작곡했고 다음해 1841년에는 교향곡 1번 ‘봄’을 썼다.
교향곡 1번 봄(Spring) op. 38
행복한 사랑이 영감을 부어 넣었는지 슈만은 이 교향곡을 1841년 1월 23일부터 26일까지 불과 4일만에 작곡했다. 당연히 클라라와의 사랑의 결실로 가슴이 터질 것 같은 슈만의 약동하는 기운이 이 곡에 흘러 넘친다. 슈만은 처음에 각 악장에 ‘봄의 시작’, ‘황혼’, ‘즐거운 놀이’, ‘무르익은 봄’이라는 제목을 붙이기도 했지만 나중엔 제목을 없애고 고전적인 교향곡의 형식으로 돌아갔다.
초연은 슈만의 절친한 친구 멘델스존의 지휘로 이루어졌고 공연은 성공적이었다.
모두 4악장으로 되어있는 이 교향곡을 감상하면서 과연 슈만이 그려내려고 한 ‘봄’이 어떤 것인지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의 상상의 날개를 펴보자.
오늘은 Riccardo Muti가 지휘하는 Philharmonia Orchestra의 연주로 듣는다.
31살의 슈만이 행복한 결혼의 결실로 작곡한 교향곡 ‘봄’을 들으면서 여러분은 혹시 이제는 그 옛날 지나가버린 내 청춘의 봄을 그리워하고 계신 것은 아닌지요.
문득 어느 비구니가 썼다는 오도시(悟道詩)가 생각나 같이 감상해봅니다.
終日尋春不見春(종일심춘불견춘) 종일토록 찾았어도 봄은 찾지 못했네
芒鞋踏把嶺頭雲(망혜답파영두운) 짚신 신고 산머리 구름까지 가 보았지
歸來偶把梅花臭(귀래우파매화취) 돌아오다 우연히 맡은 매화 향기
春在枝上已十分(춘재지상이십분) 봄은 벌써 가지 끝에 와 있었네
봄이란 어쩌면 봄날 피어났다 사라지는 아지랑이처럼 허망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이제 우리 나이든 사람들이 찾아야 할 봄은 이미 우리 가슴속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봄이 아닐까 합니다. 공연히 지나간 세월 아쉬워하며 한탄치 말고 春在胸中已十分(춘재흉중이십분-봄은 벌써 가슴 속에 와 있었네)이라고 넉넉히 읊으면 어떨까요.
이럴 때 생각나는 성경구절이 이사야 40장 6-8절입니다. 같이 보고 다음 곡 듣겠습니다.
6. -----육체는 풀이요 그의 모든 아름다움은 들의 꽃과 같으니
7 풀은 마르고 꽃이 시듦은 여호와의 기운이 그 위에 붊이라 이 백성은 실로 풀이로다
8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드나 우리 하나님의 말씀은 영원히 서리라 하라
피아노 협주곡 A 단조 op. 54
이 곡 역시 클라라와의 결혼한 뒤 기쁨이 계속되는 1841년에 태동이 시작되었다. 처음엔 환상곡 풍의 단악장으로 작곡되었으나 나중에 두 악장이 추가되어 가장 아름다운 낭만주의의 피아노 협주곡의 하나가 되었다. 이 곡의 특징은 다른 협주곡들과 달리 독주자들의 기량을 자랑하기 위한 요소를 배제하고 피아노와 관현악이 대등한 위치에서 마치 대화를 주고받듯이 전개된다는데 있다. 공개적인 초연은 1847년 1월에 있었다. 피아노는 클라라가 맡고 지휘는 작곡자인 슈만 자신이 맡았다.
1악장: 열정적인 서주를 피아노가 힘차게 연주하며 시작된다. 기쁨이 흘러 넘치고 서정적인 악장이다.
2악장: 아름다운 목가 풍의 분위기 속에서 중간에는 첼로가 낭만적인 선율을 연주한다
3악장: 전체적으로 밝고 힘찬 악장이다. 화려하고 환희에 넘치는 마무리로 클라라를 향한 슈만의 사랑이 묻어나온다.
비록 모노이지만 비운의 피아니스트 Dinu Lipatti의 전설적인 명연주를 Ansermet가 지휘하는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으로 듣자.
클라라 슈만(Clara Schumann 1819-1898)의 피아노 트리오 op. 17
이상할 만큼 클래식 음악사에는 여성 작곡가가 없다. 왜 그럴까? 가장 큰 이유는 시대가 여성의 작곡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슈만의 부인이자 브람스의 플라토닉 사랑의 여인 클라라는 천재적인 피아니스트이며 또한 천부적인 작곡의 재능을 지녔다.
‘나는 한때 내가 훌륭한 재능의 소유자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난 그 생각을 포기했다. 여자는 작곡을 하려 해서는 안 된다.’ 클라라의 일기장에 쓰여진 글이다. 그녀는 그냥 슈만의 아내로 살아야 했다. 그것이 당시의 시대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남편 슈만의 협조 아래 꽤나 여러 곡의 훌륭한 곡들을 남겼다. 그 중의 하나가 오늘 들을 피아노 트리오다.
클라라의 G 단조 피아노 트리오는 출판된 그녀의 작품 중 유일하게 4악장 소나타 형식의 작품으로 규모가 제일 큰 작품이다. 규모뿐이 아니라 작품의 완성도도 높아서 슈만에게 칭찬을 들었고 그녀는 이 작품을 슈만의 생일에 선물로 주었다. 그때 그녀는 ‘작곡보다 기쁜 일은 없다’라고 말할 정도로 기뻐하였다. 여성의 작품답게 이 곡은 우리에게 아름답고 빛나는 선율을 들려준다.
오늘 Beaux Trio의 연주로 듣는다.
이렇게 해서 음악감상을 마쳤습니다. 저희 부부가 친구내외와 남섬 여행을 가기에 부득이 다음 2주는 음악회를 열 수 없어 아쉽고 죄송하지만 2월19일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습니다.
감사합니다.
정이정(淨耳亭) 청지기 석운 김동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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