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기가 참 힘든 금년입니다. 하루 종일 비가 오락가락하는 궂은 날씨였습니다. 외국 여행 중인 회원들도 계시고 또 몸이 아파서 병원에 계신 회원도 계셔 많은 분이 오시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조촐하게 모여 여간해서 전곡을 한번에 감상하기 어려운 말러의 교향곡을 들었습니다. 다음은 오늘 진행된 내역입니다.
말러의 교향곡 5번
고통과 환희, 말러의 모든 순간이 담긴 작품
말러의 〈교향곡 5번〉은 그가 극한의 고통과 최고의 희열 사이를 오가던 시기인 1901~1902년에 작곡된 작품이다. 1901년 초, 그는 심각한 장출혈 증세에 시달렸고 급기야 의사는 생명이 위태롭다는 진단을 내리기에 이른다. 그는 오로지 건강을 회복하는 데 매달렸고 남부 지역의 별장으로 요양을 떠났다. 건강이 차츰 회복되면서 그는 새로운 작품에 착수했고, 또한 아름다운 알마 쉰들러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이듬해 〈교향곡 5번〉이 완성되었고, 그와 알마는 결혼하여 행복한 신혼시절을 만끽하게 되었다. 이렇게 탄생한 〈교향곡 5번〉은 말러 자신의 극단적인 경험을 반영하듯 비통한 장송행진곡에서 시작하여 열광적인 희열로 가득 찬 피날레로 종결되고 있다. 이러한 내러티브는 역경을 이겨내고 승리한다는 독일 교향곡의 관습적인 서사와 닮아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말러가 제시하는 서사는 영웅적 승리를 넘어선 이면의 의미들을 암시하고 있다 (이상은 다음 클래식 백과에서 따온 글입니다)
토마스 만의 단편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베니스에서의 죽음’에서 이 교향곡의 4악장이 배경음악으로 나옵니다. 지난 번에 이 영화에 대해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엄청나게 느린 현악기만으로 연주되는 음악은 심연(深煙)속에 흐르는 꺼져가는 불빛처럼, 희미한 비애감(悲哀感)과 허무한 감정으로 끌어드립니다. 오늘 이 곡을 들으면서 영화의 장면까지 상상해보면 좋겠습니다. 금년이 지나기 전에 다같이 이 영화를 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알마 말러와 딸들
카라얀이 지휘하는 베를린 필의 연주로 들었습니다. 악장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1악장 장송행진곡(Trauermarsch)
2악장 격렬히 움직이며. 가장 거세게(Stürmisch bewegt, mit größter Vehemenz)
3악장 스케르초. 힘차게, 너무 빠르지 않게(Scherzo. Kräftig, nicht zu schnell)
4악장 아다지에토. 아주 느리게(Adagietto. Sehr langsam)
5악장 론도-피날레. 빠르게(Rondo-Finale. Allegro–llegro giocoso. Frisch)
굉장히 긴 곡이라 한번에 듣기가 쉽지 않았지만 다 듣고나니 가슴속 깊은 곳으로부터 감동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곡이었습니다. 한편의 장편소설을 읽고 나서 느끼는 뿌듯함이 모두의 얼굴에서 배어나왔습니다.
시간이 되면 리스트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더 들으려 계획했었지만 오늘은 말러 교향곡으로 충분한 것 같아 다음 시간에 듣기로 미루고 헤어졌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정이정(淨耳亭) 청지기 석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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