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음악회

제294회 화요음악회도 잘 열렸습니다

석운 2021. 3. 16. 18:51

오클랜드의 거리가 한산했습니다. 쇼핑몰도 사람이 없었고 골프장도 비었습니다. 사람들의 관심이 오늘 열리는 아메리칸 컵 요트 경기에 집중되어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태리와의 결승 리그에서 오늘 오후 6승을 선점한 뉴질랜드 팀은 지난 대회에 이어 2연승의 쾌거가 눈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내일 마지막 경기를 잘 마무리하여 반드시 승리하기를 기원해봅니다. 경기 제목부터 아메리카지만 미국은 어딘가로 사라지고 이 작은 나라가 지난 번 대회에 이어 다시 결승 리그에 올랐다는 것부터가 기적입니다. 코로나로 우울한 이 때 아메리칸 컵의 우승이 사람들에게 활기를 되찾아 주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아메리칸 컵의 영향으로 몇 분이 못 오셨지만 그래도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모여 294번째의 화요음악회는 잘 열렸습니다. 다음이 오늘 들은 음악 내역입니다.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

모차르트는 모두 7개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작곡했습니다. 이 이외에도 두 개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과 근래에 발견되어 화제를 일으킨 ‘아델라이드’가 있지만 이 두 곡은 위작의 여지가 있어 확실한 모차르트의 작품은 7개라고 인정되고 있습니다. 이 중 1번에서 5번까지의 다섯 곡은 그의 나이 19살 때인 1775년 4월부터 12월까지 불과 8개월만에 작곡된 것으로 알려져 그의 천재를 증명해줍니다. 피아노의 신동이었을 뿐 아니라 어려서부터 바이올린도 잘 연주했지만 여하튼 놀라운 사실입니다. 이 협주곡들을 작곡할 때 그가 고향인 잘쯔부르크에 머물고 있었기에 이 다섯 곡을 한데 묶어 ‘잘쯔부르크 협주곡’이라고 부릅니다. 이 다섯 곡 중에서 비교적 자주 연주되는 곡이 3,4,5번이지만 우리 화요음악회에서는 3곡은 이미 감상한 적이 있기에 이번 기회에는 1번과 2번, 그리고 아주 희귀한 6번과 7번을 감상하는 기회를 갖겠습니다.

오늘 들을 1번 협주곡 K207을 작곡할 때의 모차르트는 유럽 여행에서 돌아온 직후입니다. 당시 문화의 중심지였던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추억이 많이 남아있었겠지만 그래도 다른 곡들에 비해 비교적 순수한 오스트리아 냄새가 짙은 곡입니다. 전통적인 3악장으로 이루어졌으며 단순 명랑하면서도 선율이 아름답고 흐름이 꽤나 섬세합니다.

오늘 우리는 Anne Sophie Mutter가 독주 바이올린을 맡고 London Philharmonic Orchestra를 지휘까지 한 연주로 듣습니다.

하이든의 피아노 협주곡 D장조, 11번

교향곡의 아버지, 현악사중주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하이든은 다작의 작곡가입니다. 피아노 협주곡도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도 11곡입니다. 오늘 우리는 그 중에서 제일 유명한 11번을 들으려 합니다. 하이든 시대에는 아직 피아노라는 악기가 완성되지 않았을 때입니다. 그 당시의 건반악기는 크게 두 가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하프시코드(Harpsichord, 독일과 이태리에서는 쳄발로라고 했다)와 피아노포르테(Pianoforte)였습니다.

자수성가형의 작곡가인 하이든은 모차르트나 베토벤과 같은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1곡이나 되는 피아노 협주곡을 작곡한 그의 능력은 경이롭습니다. 그는 또 음악가 중에 가장 장수한 사람입니다. 많은 고생을 하며 스스로 노력하여 보잘것없는 집안 출신이지만 나중에는 모든 사람의 존경을 받는 위치까지 갔으니 당시로서는 드문 77세의 나이까지 살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많이 알려지지 않은 피아노협주곡들이지만 이번 기회에 들어보려 합니다. 오늘 들을 11번은 하이든이 32세 때에 그가 속해 있던 에스테르하지 가의 연주회용으로 작곡한 곡으로 하이든의 피아노 협주곡 중에서는 가장 유명하며 악상이 자유롭고 풍부합니다. 모두 3악장으로 되어있는데 1악장은 활기차고 2악장은 조용하고 서정적이며 3악장은 폭발적이며 거침이 없습니다.

오늘 우리는 Arturo Benedetti Michelangeli의 피아노와 Edmond De Stoutz가 지휘하는 Zurich Chamber Orchestra의 연주로 듣습니다.

베토벤의 피아노 3중주 대공(大公)

베토벤이 태어난 해는 1770년입니다. 그가 태어난 뒤 얼마 안 되어 황제 요제프(Joseph) 2세가 농노제를 폐지하였고 곧이어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났습니다. 귀족의 경제적 기반이 서서히 무너지면서 예전처럼 여유 있게 음악을 비롯한 예술을 즐기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역사의 변환기에 음악가로 살아야 했던 베토벤은 귀족의 후원을 기반으로 살 수 있었던 마지막 세대에 속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베토벤을 후원했던 많은 귀족이 있었다는 것은 베토벤이 얼마나 뛰어난 음악가였나를 증명해주는 사실입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귀족에게 예속되는 위치에 있지 않고 후원해주는 귀족과 거의 친구 같은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당시 귀족들의 권력이 앞 시대보다 약화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가 너희보다 못할 게 뭐가 있냐’는 베토벤의 강한 자의식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리히노프스키 공작(1758-1814)에게 남긴 편지

베토벤을 후원했던 귀족 중 리히노프스키 공작은 베토벤을 가족처럼 친구처럼 가장 아꼈던 사람입니다. 공작은 베토벤이 빈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12년 동안이나 자신의 집에서 살도록 해주었을 뿐 아니라 생활비도 대주었습니다. 1806년 나폴레옹의 군대가 빈을 점령했을 때 공작은 점령군을 위한 파티와 연주회를 준비하고 베토벤에게 연주를 부탁했습니다. 하지만 베토벤은 연주 시간을 얼마 남겨놓고 다음과 같은 편지 한 통을 남겨놓고 어두운 빗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당신이 공작일 수 있는 것은 가문과 우연에 의한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나 자신의 힘으로 이뤄졌습니다. 지금까지도 그리고 미래에도 수많은 공작이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하지만 베토벤은 오직 나 한 명뿐입니다.”

참 대단한 기백의 베토벤입니다. 그런 그도 루돌프 대공만은 수많은 대공 중의 하나로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보다 18살이나 어린 대공이었지만 그를 진정으로 좋아했기에 많은 음악을 헌정해서 그의 이름은 지금도 음악사에 빛나고 있습니다.

음악사에 빛나는 대공, 루돌프((Rudolf Archduke 1788-1831)) 대공

베토벤의 피아노 3중주 7번 ‘대공(大公)’이 아니었으면 우리 대부분은 대공이라는 말조차도 몰랐을 겁니다. 이 유명한 곡이 있기에 우리는 대공이 황제의 아들이나 형제를 칭하는 높은 신분의 왕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대공은 여럿 있었겠지만 음악사에 그 이름이 빛나는 대공은 루돌프 대공입니다. 이분은 베토벤 시절의 황제였던 프란츠 2세의 막냇동생입니다. 1803년부터 베토벤에게 피아노를 배웠습니다. 하지만 베토벤은 존귀한 신분의 대공에게도 예의를 차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다행히 이 괴팍한 피아노 선생을 대공은 좋아하였고 평생토록 연금을 지급하며 후원했습니다.

진심으로 자기를 이해해주는 대공을 위해 베토벤은 많은 음악을 헌정했습니다. 그 곡들이 하나같이 베토벤의 음악적 생애를 빛내는 걸작들입니다. 피아노 소나타 26번 ‘고별’, 그 유명한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그리고 종교음악 걸작으로 손꼽히는 ‘장엄 미사’가 모두 대공께 헌정한 걸작들입니다. 특히 우리가 오늘 들을 피아노 3중주 7번도 헌정했는데 이 곡에는 아예 ‘대공(Archduke)’이라는 별칭까지 붙어 있습니다. 신분과 나이를 뛰어넘어 음악가로서의 베토벤을 믿고 존경했던 루돌프 대공의 이름은 앞으로도 이 아름다운 피아노 3중주를 듣는 모든 사람에게 기억될 것입니다.

피아노 3중주 작품 97, 대공(大公)

현악 4중주와 더불어 대표적인 실내악 양식이 피아노 3중주입니다.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로 구성된 이 세 악기의 조합을 좋아한 베토벤은 모두 7곡의 피아노 3중주를 작곡했습니다. 그가 최후로 남긴 대규모 피아노 3중주곡인 ‘대공’은 웅장하고 거장다우면서도 쾌활합니다. 이 곡을 쓸 무렵 베토벤은 거의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청력이 악화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곡을 쓸 수 있었던 그에게 찬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곡이 웅장하다는 것은 악기 편성이나 소리가 웅장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관현악곡이 아닌 3개의 악기로 내는 소리의 규모가 웅장하면 얼마나 웅장하겠습니까? 이 웅장함은 보이지 않는 소리가 빚어내는 악성(樂聖)의 정신세계의 웅장함입니다.

원래 실내악 특히 피아노 3중주는 귀족의 살롱 같은 실내에서 연주하기 위한 오락적 성격이 짙은 장르였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이 곡을 들으려고 편안한 자세로 앉았다가는 솔로 피아노가 리드하는 1악장 첫 주제가 나오는 순간 허리를 곧추세우며 자세를 바로 할 수밖에 없습니다. 장중하면서도 맑은 피아노의 울림이 지나가면 첼로와 바이올린이 노래하듯이 선율을 연주합니다. 바이올린이 주제를 청아하게 연주하고 피아노가 앞뒤로 넘나들며 다시 첼로가 나와 합세합니다. 이때쯤이면 이미 우리는 악성이 이끄는 음의 세계에 깊게 빠져들어 온몸이 귀가 되어 4악장으로 이루어진 전곡이 끝날 때까지 꼼짝할 수가 없습니다. 실내악이면서도 실내악의 한계를 벗어난 이 곡의 특성 때문일 것입니다.

환상의 결합, 카잘스(Casals) 트리오

Alfred Corot(Piano), Jacques Thibaud(Violin), Pablo Casals(Cello), 3명의 거장이 모인 소위 ‘Casals Trio’는 환상의 결합입니다. 1928년 녹음된 이 연주는 거의 일백 년 전 것이지만 개성이 강한 3명의 비르투오소가 통일된 음색과 뛰어난 음악적 교감으로 누구도 쉽게 따라올 수 없는 훌륭한 연주를 남겼습니다. 우리는 이 음반으로 감상하겠습니다.

하나님 말씀

음악 감상이 끝난 후 같이 본 하나님 말씀은 시편 150편 1-3절입니다.

1. 할렐루야 그의 성소에서 하나님을 찬양하며 그의 권능의 궁창에서 그를 찬양할지어다

2. 그의 능하신 행동을 찬양하며 그의 지극히 위대하심을 따라 찬양할지어다

3. 나팔 소리로 찬양하며 비파와 수금으로 찬양할지어다

음악가들은 생활을 위해 귀족에게 음악을 헌정해야 했지만 오늘 우리는 가슴에서 우러나는 모든 것을 이용해서 하나님을 찬양해야겠습니다. 아무것도 헌정하지 않아도 항상 우리에게 좋은 것을 주려고 하시는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정이정(淨耳亭) 청지기 석운 드림